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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워홀러 7주차 (D+47)

Vancouver diary

by 머쉬나리움Machinarium 2020. 1. 1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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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Jan

말도 안 돼 나 때문에 소방차가 왔다. 집에서 고기를 굽는데 연기가 너무 나길래 문을 잠깐 열어놨더니 복도 스모크 탐지기가 작동했는데 귀청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사이렌 소리가…. 나 때문에 건물 내에 모든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해야만 했다. 정말 너무 죄책감이 들고 미안하고 그 와중에 나는 캐나다에서 소방차 출동을 하게 하면 벌금을 물게 한다는 소리를 어디서 들어서 겁을 이만큼 주워 먹었다. 나 때문인데 어떡해… 나 백수인데 돈 없는데...ㅜㅜ 벌금 내고 빈털터리로 한국 가는 거 아니냐며… 흑흑 울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지금까지는 돈 내라고 안 했는데 아무도 모르지 뭐. 한 달 후에 범인을 색출해서 나에게 벌금을 부과할지도… 아이고 살면서 별일을 다 겪는다. 한국에서도 싱가포르에서도 웬만한 사이렌 소리에는 아무도 눈 깜짝하지 않는데… 여기는 false alarm일지도 모르는 첫 번째 사이렌에도 모든 이가 대피해야 한다. 살짝 문화충격이었다. 

 

<구직일기>

-헤헤 벌써 면접 3개나 봤다. 나는 아직도 백수이고… 내일 또 하나 본다! 내일 면접 꼭 잘 봐서 마케터로 일해보고 싶다.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도전적인 일이 될 것 같다. 사실 나는 마케팅 업계에서 경력도 없고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도 못하지만 어제 객기 부리면서 이메일 보내봤는데 답장이 올지 몰랐다. 면접 열심히 봐야지! 떨어져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사실 오늘 너무 우울했다. 아무 데도 나가고 싶지 않고 아무랑도 연락하고 싶지 않은 어떤 날. 그저께 엄마랑 통화했는데 엄마도 천천히 구하라고 말해주시고 응원의 말을 전해주셔서 힘 한 스푼. S언니랑 연락하면서도 힘 얻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열 번에 한 번쯤은 누구에게 털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인가 보다. 요즘에 할 게 없어서 구직사이트 둘러보다가 이따금, 영화 보다가 이따금씩 나의 감정을 깊게 생각하게 된다.   작은 변화에도 급변하는 내 감정. 무뎌지고 싶다. 더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인문학이나 공부하자 

놀면서 할 수 있는 가장 생산적인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서 게으른 독서로 유튜브 강의 찾아보기! 조승연 작가 영상들은 다 흥미롭다!

 

왜 뉴요커들은 물질로 집중되어있나? 문화적 교양/허세는 문화적 동의가 있어야 성립될 수 있다.

다양성 안에서 가식이 벗겨진다.

복잡한 정체성을 잃는 공간. 내가 교양 있는 행위를 한다고 해서 알아채는 이도 없고

인정해 주는 이도 없는 곳. 

"익명이 주는 자유"

clean slate 백지

 

비교는 똑같은 사람들끼리 한다

-꿈꾸는 집이 고층아파트인 사람, 숲에 둘러싸인 집인 사람, 단독주택인 사람 이 3명은 서로 비교할 수가 없다.- 어차피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분명히 있고 그 집을 가지고 있기 때문

-취향을 만들기

-동떨어진 시선 (프랑스 인류학자)

-캐나다 빌라에는 1층에도 커튼이 없고 창문을 가리지 않는데 이게 처음에 엄청 문화충격이었는데 주관이 강하기 때문. 

-주관이 튼튼한 사람은 주변이 자신을 규격화시키려 할 때 그 객관이 안 들어간다 



8 Jan 수

월요일 저녁에 재미있어 보이는 직업이 있길래 지원했는데 화요일에 연락 와서 수요일에 면접! 꼭 일해보고 싶은 분야여서 준비 열심히 해서 갔다! 오히려 열심히 준비해서 더 떨렸다! 아무튼 자기소개하고 내가 생각했던 마케팅 전략과 내가 이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면 제공할 수 있는 능력들을 소개했더니 굉장히 좋아하셨다. 정말 꼼꼼히 준비하기 잘했다는 생각! 이 분야에 경험이 없는데 이렇게 까지 생각했다니 대단하다고… 너는 네가 뭘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칭찬해주셨다! 면접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됐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워홀러라는 걸 아시고 완전 정적… 내 이력서를 보면서 고민하셨다.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사람이 바뀌고 그 사람이 효용가치가 있을 때까지 교육하는 게 기업 입장에서는 굉장히 소모되는 시간이라고 설명하면서 고민하셨다. 그래서 여러 가지 제안을 하면서 설득했는데 기업의 우두머리로서 고민이 되는 표정이셨다. 아무튼 면접 결과는 이번 주 일요일까지 알려준다고 했다. 이 회사에서 일하게 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힘들 테고 많이 배울 수 있겠지 하지만 여기서 일하게 되지 않더라도 나는 내 자존감을 올려주는 충분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왔기 때문에 여기서 떨어져도 내 탓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면접을 준비했고 인터뷰어도 그 노력을 알아줬기 때문에 

비수기라고 핑계를 대면서 백수생활을 즐기고 있지만 밴쿠버에는 일손이 필요한 가게와 회사가 많이 있고 나는 나와 맞는 회사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내가 오랫동안 일을 쉬고 있는 건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와 맞는 회사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계속 말해주기. 그리고 곧 찾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쩌면 너무나도 쉬운 말 한 문장. 친구들에게는 매일 해 줄 수 있는 이문장을 나는 나에게 해주지 못했다. 제일 소중해!!!

 

9 JAN 목

S랑 오랜만에 만났다! S 본 게 엊그제 같은데 계산해보니 2주 전에 봤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S랑 남산에서 순댓국 먹었다! 흑흑 너무 맛있어. 면역력 올라가는 맛… 만날 집에서 해 먹던 한식 따라잡기 한 어떠한 먹을 것… 이 아닌 진짜 한식을 먹은 기분ㅋㅋㅋㅋㅋ J한테 빌린 책 들고 카페 가서 책 읽다가 잉글리시 베이에서 노을 보기! 10분 차이로 해가 져버려서 못 봤지만 파도치는 바다를 내가 보고 싶을 때마다 보는 동네라니!!! 영광스러워!! 그리고 가보고 싶었던 바에 가서 해피아워로 와인 마시기! 와인 한잔 마시고 내 얼굴도 레드와인 색이 되어버리는 세계 제일 알쓰지만 여기 펍들은 너무 예쁘게 생겼어!!! 혼술 하는 사람도 많고 그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라! 

 비타민 디도 샀다!! 일 구하고 첫 월급으로 사려고 했는데 그거 기다리다가는 영양제 다 남겨서 한국 들고 갈까 봐ㅋㅋㅋㅋ 샀다!!! 해를 못 봐서 광합성이 안 되는 겨울 밴쿠버에서는 꼭 먹어야 하는 영양제라는데 잘 샀다! 240정에 10불도 안 했다! 8개월 동안 먹을 수 있는!!!!

 

Eapana restaurant

10 JAN 금

J랑 집 근처 카페 가서 책 읽고 커피 냠냠! 크로와상 먹음!! 버터가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데 어떻게 맛이 없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종종 카페 호핑 다니는 거 J랑 같이 사는 동안 하려고 한다! 

 

12 JAN 일

교회 다녀왔다! 막상 가면 엄청 좋아할 거면서 왜 이렇게 아침에는 가기가 싫은지…

삼성교회를 추천해준 친구에게 감사 감사

3시까지 연락 안 오면 쿨하게 포기하고 다시 일 구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여전히 일 구하는 건 정말 스트레스받고 행복하지 않지만 오히려 주일에 교회에서 확인하고 집에 오니 마음이 더 아무렇지도 않다. 집에만 있으면 우울했을 것 같은데! 집에만 있지 말고 좀 돌아다니자! 저번 주에도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너 돌아오는 이번 주에는 또 춥다고 안 나갈 거 다 알아!!!! 그만 게으름 피우고 이제 슬슬 진짜 일할 때가 된 듯….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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