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워홀러 17, 18주차(~D+123)
16 Mar 월
퇴근하고 메트로타운에서 스쿼시!!! 배워보고 싶어서 글을 올려놨었는데 가르쳐준다는 사람은 없었고 그냥 같이 한번 쳐보자는 분이 연락오셔서! 메트로타운까지가서 배우면서 쳐봤다!!! 완전 재밌어!! 내 생각보다 더 흥미로운 스포츠였다… 캐나다는 이번주부터 갑자기 코로나가 심해졌다. 캐나다 정부는 심각성을 이제야 느꼈는지 국경을 폐쇄하고 레스토랑과 카페들을 닫게했다. 이 메트로타운 운동시설도 며칠 후 부터 닫고 언제 열지 모른다는 대답을 받았다. 외노자로서 해외에 나와있는 상태에서 고용의 불안정함이 굉장히 크게 다가오고 있다.
언제 다시 스쿼시를 치게 될 수 있을까….? 금요일 첫수업 예정이던 댄스클래스도 취소됐다 ㅠㅠ 우울하다

17 Mar 화
출근 전에 S네 집에서 브런치 먹고 출근하기로했다! 빵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아보카도를 올리고 계란프라이로 완성!!! 재료비가 10불인데 이걸 가게에서 먹으면 거의 40불을 썼겠지 우리는…?
엄마에게 프렌치 토스트는 종종 해줬었는데 이런 각 잡힌 브런치는 안해줬었는데 한국가면 꼭 해줘야지!

18~22 Mar 주말의 기록
출근하고 퇴근하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저녁먹고 자고
특별한 것 없이 돌아가는 쳇바퀴. 친구들이랑 약속도 다 깨지고 레스토랑, 카페, 펍들은 거의 다 닫거나 테이크 아웃으로 모두 바뀌고 슈퍼마켓은 줄을 서서 들어가며 예배도 인터넷 예배로 바뀌었다. 며칠 만에 일상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거의 재난 수준… 사장님이 4월 말 까지는 고용안정을 약속 했지만 5월에는…? 6월에는…? 캐나다 정부가 6월 말 까지 국경을 닫는다고 선포했다. 4월 초에 계획했던 밴프여행은 물거품이 되었고 6월 초에 사놨던 엄마 비행기표도 취소해야한다. 속상하고 짜증이 난다. 한국에 돌아간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여기에 남을 계획이지만 (이제비행기표도없음) 막막하다. 집에만 있는 건 너무 답답하다.. 어서 상점들을 풀어줬으면 하는 생각. 그래야지 국경 열리기 전 까지 어디에서 일이라도 하지…
J가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H는 9일 후인 3월 말에… 그래서 3일동안 홈파티~ 4명이서 밥먹고 술먹고 매일매일 배터지도록 먹기.
캐나다 정부가 6월말까지 국경을 닫는다는 선포를 하고 엄마의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나의 밴프여행을 취소하고 기대했던 것들을 고이 접는 행위를 하는 건 참 슬픈 일이다. 살면서 정말 별 일을 다 겪는 것 같다. 비행기표 살 때 한번도 내가 여행을 못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사 본 적이 없었는데 비행기표 취소도 다 해본다~ 살면서~


23 Mar 월
다시 한주의 시작~ 이번주에는 어떤 속보들이 나를 놀라게 할까??
운이 좋게 전염병이 안걸리기를 바라는 신세라니… 어렸을 때는 20대 후반이 되면 되게 커리어우먼이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나이만 먹고 사회적 지위는 그대로인 기분… 요즘 출퇴근길에는 홈리스와 나 밖에 없다...하핫… 짤렸으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을텐데 안짤려서 감사하다고 해야하나…?
24~27 Mar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일은 항상 똑같다. 늦게 일어나서 커피 한잔 사서 출근_ 평범하지만 기나긴 산책 출근길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리저리 둘러볼 상점들이 모두 닫았고 오늘은 어디서 커피를 사갈까하는 고민도 사치다. 출근 길에 열려있는 카페는 팀홀튼 단 한 지점. 오늘은 누가 팀홀튼에 출근했는지도 외울 지경. _일을 하고 퇴근 해서 룸메들이랑 저녁먹으면 하루 끝.
단조로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건 나에게 너무나 괴롭다.


28~29 Mar 주말
몸이 안좋아서 잔뜩 쫄았는데 그냥 생리해서 몸이 안좋은 거였다. 면역력이 약해져있을 때니까 주말에는 집에서 푹 쉬기로했다. 그래도 집에서 사부작사부작 뭘 알아보려고 했었는데 그것도 안하긴 했다. 갑자기 백색도시가 되어버린 밴쿠버….당황스럽다.
유쾌하던 친구가 정색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지않느냐고 했다. 나를 이렇게 걱정해주는 수연이에게 너무 고마움을 느끼는 한편 대화를 이어나가면서도 건강보다 나의 경력단절과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어하는 나의 마음을 더 우위에 두는 나를 보며 기분이 이상했다. 항상 다른 이들에게 안전이 최고라며 말하던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 구나. 쉽게 말할 건 아니었구나. 수연이에게 너무 고마웠다. 너만이 나를 많이 걱정하는 구나.
